
투수들은 공을 던지기 전후로 종종 마운드에 있는 정체모를 물체를 만지작거리고 그 물체를 만지니 하얀색 가루가 투수의 손에 묻어있다. 대체 이 정체모를 물체는 무엇일까?

이 물체는 '로진백'이라고 하고 이 물체를 손으로 만지면 송진가루라는 것이 손에 묻는다. 송진가루의 성분은 화학적으로 ‘탄산마그네슘(MgCO3)’이며, 송진가루가 손에 묻었을 때의 느낌은 마치 분필가루가 손에 묻었을 때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탄산마그네슘은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매우 뛰어나다. 투수들은 긴박한 승부 상황에서 손바닥에 땀이 나기 마련인데, 이때 로진 가루를 묻히면 땀을 즉시 제거하여 손을 뽀송뽀송한 상태로 유지해주고 손과 공 사이에 마찰력이 더욱 올라가 투수의 공의 위력이 높아질 수 있다.
송진가루를 손에 묻히면,
1) 미끄럼 방지가 되어 던질 때 땀에 의해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손에서 공을 놓는 지점(릴리즈포인트)이 본인의 의도대로 지정되어 제구력이 높아진다.
2) 공의 회전수(RPM)가 높아진다. 투수의 손가락과 야구공의 실밥 사이의 마찰력이 높아진다면 공을 던질 때 공에 회전을 더 많이 걸고 그에 따라 공의 위력(구위)이 높아진다.
3) 변화구 위력의 향상이 이루어진다. 슬라이더나 커브처럼 날카로운 각도로 꺾여야 하는 구종일수록 손가락 끝의 감각과 마찰력이 중요하다. 로진은 투수가 변화구의 궤적을 더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물론 누군가는 '아니 그러면 송진가루말고 송진가루보다 훨씬 더 끈적하고 마찰력 높일 수 있는 물질이 있지 않나? 그리고 그걸 손에 묻히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할 수 있다.

송진가루처럼 허용된 물질 이외의 손과 공 사이에 마찰력을 높일 수 있는 물질(ex: 파인타르 등)을 사용하여 투구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면 심판진들이 자체적으로 부정투구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다. 투수가 만일 당일 경기에서 비정상적으로 좋은 투구를 펼치고 있을 때 주로 이러한 검사가 발생한다. 그러한 물질들은 모자 챙 아래, 상의 안쪽 등 비밀스러운 곳에 숨기기 때문에 몸 샅샅이 수색을 한다.

어떤 투수들은 로진백을 만지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루틴으로 삼는다. 마운드 위에서 로진백을 만지며 다음 타자를 어떻게 상대할지 구상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가루를 공중에 털어내며 생기는 하얀 연기는 투수에게 일종의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하고, 타자에게는 투수의 기세를 압박하는 시각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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