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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분석

포지션을 불문하고 당신의 연봉을 정해줍니다, 'WAR'

야구_입문 2026. 4. 24. 07:00

 홈런을 펑펑 치는 4번 타자와 삼진을 밥 먹듯 잡아내는 에이스 투수 중, 과연 누가 더 팀에 훌륭한 선수일까? 만약 타율 3할을 치는 유격수와 방어율 2점대를 기록한 투수가 동시에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구단은 누구에게 더 많은 돈을 줘야 할까? 투수는 타석에 서지 않고 타자는 공을 던지지 않으니, 이는 마치 사과와 오렌지 중 무엇이 더 긴지 자로 재려는 것처럼 불가능한 비교로 보인다. 그런데 현대 야구에서는 이처럼 전혀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조차 단 하나의 숫자로 완벽하게 줄을 세운다.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렸길래 이러한 순위 매기기가 가능한 것일까?

 

 이 불가능해 보이는 비교를 가능하게 만든 지표가 바로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다.

포지션 자체가 다른 두 선수는 비교가 어렵다.

(출처: 제미나이)

 전세계에서 '금 1kg'의 가치는 같듯이, 야구 경기에서 모든 선수의 가치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금'과 같은 존재는 바로 '승리(Wins)'다. 안타를 치든, 도루를 하든, 호수비를 하든, 삼진을 잡든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 '이 선수의 플레이가 팀을 몇 번이나 더 이기게 만들었는가'라는 승리 확률로 환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대체 선수(Replacement)'란 무엇일까? 연봉을 많이 받는 팀의 주전 스타 선수가 어젯밤 먹은 음식에 배탈이 나 오늘부터 경기에 뛸 수 없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배탈이 나 등판이 미루어진 선발투수

(출처: https://isplus.com/article/view/isp202403120091)

 감독은 급한 대로 2군에서 쉽게 데려올 수 있는 평범한 벤치 멤버를 콜업해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이다. 이 구하기 쉽고 평범한 무명 선수가 바로 대체 선수(타인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선수)다. WAR은 "저 흔한 2군 선수(대체하는 선수)가 뛰었을 때보다, 우리 팀의 주전 스타가 뛰었을 때 1년 동안 팀에 '몇 승'을 더 가져다주었는가"를 계산한 숫자다.(WAR =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임을 기억하자.)

 

 예를 들어 어떤 타자의 WAR이 '5.0'이라면, 그 선수는 2군에서 흔히 구하는 선수가 그 자리에 뛰었을 때보다 팀에 1년 동안 질 경기를 5번의 승리 경기로 바꿨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해당 선수가 활약할 때마다 통계적 승리 확률의 상승이 WAR값에 반영되어 수치가 차곡차곡 쌓이며, 선수가 계속해서 안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WAR은 음수가 될 수 있다. 투수와 타자의 포지션이 달라도, 홈런과 방어율이라는 기록의 형태가 달라도, 결국 모든 기록을 '승리 기여도'라는 금괴로 바꿨기 때문에 비교가 가능해진다. 투수의 WAR이 6.0이고 타자의 WAR이 4.0이라면, 포지션을 막론하고 투수가 팀에 공헌을 더 많이 한 선수로 취급되는 것이다.

 

 결국 WAR은 타율이나 홈런, 승리 투수 횟수처럼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수치의 착시를 걷어낸다. 오직 '그래서 네가 우리 팀을 몇 번이나 더 이기게 해줬는데?'라는 냉정하고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는 수치다. 다음번 야구 중계를 볼 때는, 선수의 WAR 숫자를 찾아보자. 겉보기엔 화려하지 않아도 묵묵히 팀을 승리로 이끄는 진짜 가치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단숨에 꿰뚫어 보는 전문가의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