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가 쳐낸 짜릿한 홈런 한 방과, 유격수가 몸을 날려 공을 건져낸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 공격과 수비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플레이를 과연 어떻게 더하고 빼서 '승리'라는 단 하나의 숫자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야구 선수들의 가치를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세운다는 사실은 알겠지만, 도대체 저 복잡한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수백 가지 일들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길래 소수점 자리의 정교한 결과물이 튀어나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 마법의 계산기를 돌리는 첫 번째 단계는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하는 모든 행동의 가치를 '득점(Run)'이라는 하나의 단위로 통일하여 계산하는 것이다.

(출처: 제미나이)
야구 통계학자들은 특정 플레이가 팀이 점수를 내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값을 구했다. 예를 들어 타자 기준으로 단타 하나는 대략 0.47점, 홈런은 1.4점의 득점 가치를 지닌다. 반대로 헛스윙 삼진을 당하거나 병살타를 치면 팀의 득점 기회를 깎아먹으므로 점수를 가차 없이 빼앗는다. 타석에서 방망이로 한 일, 베이스에서 달려서 만들어낸 일, 수비하면서 실점을 막아낸 점수를 마치 가계부 쓰듯 모두 더하고 뺀다. 이 과정을 통해 선수가 1년 동안 팀에 순수하게 '몇 점'을 벌어다 주었는지를 1차적으로 계산해 낸다.
두 번째 단계는 그라운드의 '불공평함'을 바로잡는 보정 작업이다.

(출처: 제미나이)
야구의 포지션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매 경기 쪼그려 앉아 공을 받는 포수나 타구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유격수는 수비하기가 꽤나 까다로운 포지션이다. WAR 계산기는 이들에게 고생했다며 1루수나 지명타자는 받지 못하는 두둑한 '수비 보너스 점수'를 얹어준다.
여기에 구장의 크기까지 고려한다. 담장이 아득하게 먼 광활한 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에게는 어드밴티지를 주고, 탁구장처럼 좁은 구장에서 홈런을 쉽게 치는 타자에게는 페널티를 매긴다. 이 복잡한 보정 과정을 거쳐야만 주변 환경과 포지션의 유불리에 상관없이 오직 그 선수의 순수한 '개인 능력치'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이렇게 영혼까지 끌어모아 계산된 선수의 최종 득점을 우리가 아는 '승리(Win)'로 교환하는 것이다. 야구 통계상, 한 팀이 시즌 동안 평범한 2군 선수들(대체 선수)로 구성된 팀보다 10점을 더 내거나 막아낼 때마다 팀의 승수가 '1승' 늘어난다고 가정하는 계산 법칙이 존재한다.
만약 어떤 선수가 타격, 주루, 수비를 모두 합쳐 평범한 2군 선수보다 팀에 '50점'을 더 안겨주었다고 가정해 보자. 50점을 10으로 나누면 '5'가 된다. 즉, 이 선수의 최종 WAR은 5.0이 되는 것이다. 혼자서 팀에 5승을 더 챙겨준 엄청난 활약을 한 셈이다.
WAR 계산법은 전문가만 계산할 수 있는 복잡한 수학 공식 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야구의 모든 플레이를 억울함 없이 공평하게 평가하려는 간단하게 할 수 없고 엄밀한 계산 과정이 존재한다. 화려한 홈런 타자의 빛에 가려진 궂은일을 하는 수비수의 헌신이나, 불리한 구장에서 묵묵히 뛰는 선수의 서러움까지 모두 수치값으로 보듬어주는 것이다. 다음번 중계를 볼 때 수비수가 진흙투성이가 되며 어려운 타구를 건져낸다면, 그저 '호수비'라고 감탄하는 것을 넘어 방금 저 플레이가 팀에 귀중한 '점수'를 적립했고 결국 '승리'라는 결과로 환전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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